“보이는 빛은 찍을 수 있다” 금강제화

금강제화에서 수입 판매하는 브루노말리(BRUNOMAGLI) 가방을 촬영할 때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브루노말리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이태리 감성을 요즘의 현대감각으로 되살린 럭셔리 브랜드라고 합니다. 최고급 가죽 본래의 섬세한 느낌들을 최대한 살리면서 멋진 디자인과 정교한 디테일을 내세우면서 젊은 20~30대 여성들을 타겟으로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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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에 대한 광고주의 요청은 뱀가죽의 섬세한 디테일을 최대한 살려주고
균형 잡힌 가방의 형태를 잘 잡아주면서도 고급스러운 가방의 느낌을 표현해 달라는 것이었고 어두운 배경에 광적(빛의 선)으로 리드미컬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의 환상적인(?) 그림을 그려달라는 주문들이 나와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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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배경에 원하는 형태의 가방이 여러 시간 동안 견고하게 떠있는 상황을 세팅해야 하는데 그 일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튼튼한 촬영용 삼각대에 헤드를 떼어내고 가방 밑면 넓이만한 노트북용 테이블을 장착하고 테이블 앞면을 검은 벨벳 천으로 가려주어 가방 아래쪽이 블랙으로 표현되도록 해 줍니다. 굵은 알미늄 철사를 구부려 가방을 기대놓을 지지대를 만들고 테이블위에 슈퍼클램프 등으로 고정 시킨 후,가방을 올려 놓았습니다.  알미늄 철사를 가방 손잡이 형태로 만들고 강한 양면테잎을 감아 손잡이 뒷면에 붙여  손잡이의 형태와 높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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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가죽은 보기보다 매우 부드러워 가방속에 신문지를 구겨넣어 형태를 잡아주는데 많이넣으면 형태는 유지되나 너무 뚱뚱해보이고
적게 넣으면 형태유지가 안되는 그런 상황을 반복해가면서 최적의 모양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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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죽제품을 촬영할 때 얇은 트레이싱 페이퍼를 디퓨져(확산판)로 사용합니다.
강한 스포트라이트로 직접 조명할경우 가죽의 질감은 살릴수있지만 세련된 고급감이 떯어지게 되고 소프트박스나 젖빛 아크릴판을 사용한 경우 지나치게 부드러운빛으로 섬세한 디테일을 살릴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 옅은 트레이싱 페이퍼는 빛을 어느정도 부드럽게 걸러주면서도 적당히 강한 빛도 연출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용합니다. 빛을 부드럽게 하기위해서는 조명과 디퓨져 사이를 멀리하면되고 강한빛을 위해서는 디퓨져 가까이로 조명을 당기면 됩니다. 롤로 감겨있는 트레이싱 페이퍼로 ‘ㄷ’ 형태로 하우징을 만들어 가방 전체를 감싸면서도 어느정도 거리를 확보할 수 있게 해 주고 상,좌,우에 표준 리플랙터가 장착된 조명 3등을 설치합니다. 그리고 조명과 디퓨져의 거리, 조명의 밝기,디퓨져에 만들어진 하일라이트의 형태등을 조절하면서.. 제품의 장점과 광고주의 요구와 광고의 컨셉을 가장 잘 표현하는 “빛”을 찾아 외로운 힘겨루기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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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배경 속에 광적이 그려질 위쪽 여백을 생각하여 여유 있게 프레임을 잡고
광적을 제외한 모든 요소들(검은 배경위에 찍혀진 가방)이 잘 표현되도록 다듬고 광적을 촬영할 준비를 합니다. 카메라의 셔터를 열어놓고 빛이 나오는 이런저런 기구들(?)을 사용해 렌즈 쪽을 바라보고 여러 패턴들을 그려 볼 것입니다. 카메라 앞에는 호스마스터라는 라이트페인팅 기구용 셔터를 설치하는데 이 셔터를 사용하면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양만큼의 빛을 줄 수가 있고 렌즈 앞에 소프트필터를 넣었다 뺐다 할 수가 있기 때문에 부분적인 소프트한 광적을 표현할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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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흔한 LED 손전등을 몇 가지 준비했고 라이트페인팅 기구와 악세사리들을 사용해 광원의 형태를 바꿔가며 촬영하면서
가장 적절한 빛의 도구(?)를 골라 냈습니다.
카메라의 T셔터(한번 누르면 열리고 또 한번 누르면 닫히는 셔터모드)가 열리면서 번쩍 스트로보의 섬광으로 제품이 찍혀지고 계속 셔터가 열려있는 동안, 빛이 나오는 이런저런 도구들로 렌즈를 바라보며 광적을 그려 넣은 후,  셔터가 닫히기 까지 1분30초~2분 정도의 노출시간이 필요했고 다시 모니터에 이미지가 뜨기까지 노출시간 만큼의 시간 을 기다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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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손으로 그린 패턴이라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반복되는 연습을 통해 결과들을 예측해 가야했고
좋은 동작과 안 좋은 동작들을 모니터링해가면서 물감을 뿌리듯 빛으로 그림을 그려갔습니다. 주로 가방의 뒤쪽에서 광적을 표현하되 공간감을 잃지 않도록 밝기의 차이(움직이는 속도차이로 표현됨)를 주고 제품의 앞쪽에서 가방과 오버랩 되는 광적도 표현하려 애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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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의 중앙 하단에 금장으로 만든 브랜드 심볼 장식이 있는데 이것은 톤의 변화가 있는 확산판을 카메라 화각 내에 설치해야 살릴 수 있었고
그런 부드러운 확산광을 정면 쪽 같은 각도에서 비출 경우 같은 면 심볼 주변의 가죽 질감이 플랫해질 우려가 있었으므로 따로 촬영해 합성해 넣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 광고주의 양해를 구하고 진행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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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란 단어에 어울리는 예쁜 한글낱말로 “빛 그림”을 떠올려 봅니다.  빛으로 그린 그림이 사진이라면 사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빛”이라 하겠지요.  빛은 사진가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고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표정과 느낌들로 사물을 비추어 보여주게 됩니다.  같은 사물이라도 어떤 빛을 받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지며  그렇기 때문에 좋은 빛(?)을 선택할 줄 아는 능력은 사진가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카메라가 있고 너도 나도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요즘.. 좋은 빛(?)을 “선택”하는 과감한 안목을 가지고 있다면 사람들은 당신의 사진을 더 오래 동안 기억할 것입니다.

 

  화가가 붓으로 원하는 그림을 그리듯..
빛으로 원하는 사진을 그릴 줄 아는 사진가의 모습을
우리 모두에게서 기대합니다.

<보이는 빛은 찍을 수 있다>는 열린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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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주 / (주)금강 대행사 / 에이블컴 아트디렉터 / 이명환 김광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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