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를 하라. 쇼~!!

77개나라, 19억의 인구가 선택한 WCDMA. 전 세계 181개 이동통신사의 통신방식인 WCDMA, 대한민국 대표 WCDMA “SHOW”의 지면광고 촬영이 있었습니다. 다섯 손가락에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인종들을 일러스트로 그려 넣고 “인종은 다르지만 하나 WCDMA, SHOW로 통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광고 입니다.

오후 1시 쯤, 손에 메이크업을 하고 스튜디오로 도착하게 되어 있었지만 손 모델과 일러스트레이터의 일정에 문제가 생겼고 오후 6시가 되서야 도착한 스텝들은 스튜디오에서 메이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촬영 전 손 모델의 손을 미리 점검하지 못하였는데 막상 도착한 모델은 손가락이 너무 얇고 길어서 컨셉트에 어울리지 않다는 문제가 생겼고 급한 일정 상 아트디렉터의 손으로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촬영준비 실에 모든 도구를 펼쳐놓고 손가락위에 그림을 그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손가락에 바탕이 되는 기본살색을 고르게 칠한 후, 농도가 다른 살색들로 명암을 표현하고 얼굴의 윤곽을 그려 넣는 정교한 작업들이 진행되었고.. 첫 번째로 새끼손가락 하나를 완성하는데 1시간 30분이 걸리더군요. 그때 시간이 저녁 8시, 처음이라 그렇지 이제부터는 가속도가 붙겠구나 생각했습니다만.. 손가락 하나 완성하는데 평균 1시간씩 소요되었고 자정이 넘어서야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메이크업을 하는 긴 시간동안 다른 스텝들의 손으로 테스트촬영을 하며 조명을 미리 다듬어 두었습니다. 탑 위치에서 소프트박스로 기본적인 필 라이트(콘트라스트 조절용 조명)를 설치한 후, 허니컴스포트 2개를 좌우 뒤 약간 위쪽 역광의 위치에서 하이라이트와 손 외곽라인용 효과광으로 설치해 주는데 이때, 너무 강하지 않도록 약간의 반짝 하는 느낌만 주도록 광량을 조절해 줍니다. 로봇 팔(금광제품/벽에 붙박이로 고정시킨 라이트 스텐드 역할을 하는 암으로 천정의 레일에 설치하는 스튜디오용 자바라 보다 라이트 고정이 용이합니다)에 설치한 또 다른 2개의 허니컴 스포트로 손의 위 앞쪽에서 손의 입체감을 살리면서 각 부위를 밝혀 주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손을 위한 조명으로 손 위에 올려진 핸드폰을 디테일하게 살려주지는 못합니다. 이제부터는 손이야 어떻게 나오든 핸드폰을 위한 제품 위주의 조명을 따로 해야 합니다.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톤의 변화와 하이라이트가 생기도록 하고 제품의 외곽 라인들이 잘 살도록 해 주어야하는데 기본적인 “조명의 위치나 방향성을 유지”해야 손과 합성이 되었을 때 거부감 없이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제품 위주의 라이팅으로 완성된 Acut 입니다. 이 컷에서 제품을 정교하게 따내고 손 위에 합성하게 됩니다.)

얇은 확산 판(우유 빛 아크릴/빛을 부드럽게 만들어줌)을 둥글게 휘어 작은 돔(dome)을 만들고 그 속에 손과 제품(제품에 비쳐진 손의 투영을 함께 담아야 자연스럽기 때문)을 넣고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 보면서 메인 라이트의 위치를 옮겨가며 아크릴판에 생긴 밝은 하이라이트와 계조들이 제품의 글로시한 느낌을 살리는 최적의 위치에 투영되도록 조절해 줍니다. 이 때문에 손 모델은 지구력이 뛰어나야 하고 자신의 손위치를 기억하고 움직이지 말아야 함은 물론입니다.

(손 위주로 촬영된 Acut 입니다. 제품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손과 배경의 분위기가 중요하지요.)

이제 촬영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스텝들을 힘들게 했던 것은 컨셉트에 맞는 손의 형태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한손에 거머쥔 듯, 손으로 제품을 잡고 있어야 맞는데 손가락에 그려진 캐릭터들의 얼굴을 보여 주기위해서는 손가락을 펴야했고 그러다 보니 손위에 핸드폰을 그냥 올려놓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움켜쥔 느낌을 살리기가 힘들었고 캐릭터들의 얼굴을 최대한 보여주면서도 약간의 잡은 느낌이 드는 선에서 아쉽지만 타협을 해야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컴퓨터 후반작업과 디자인 작업을 마치고 완성된 이미지입니다. 이 상태로 신문이든 잡지에 실리게 됩니다.^^)


90년대 초반 삐삐(호출기)를 사용하던 시절, 홍콩영화에서 소위 “어깨”들이 주로 들고 다니며 가끔은 무기(?)로도 사용되던 모토로라사의 크고 길쭉한 핸드폰이 화제가 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어디에서나 전화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러웠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생활의 필수품이 되어 버렸고 이제는 지구촌 어디에서도 얼굴과 얼굴을 보면서 통화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책에서 “지구는 평평하다”라고 말하더군요.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전 세계 어디서든 개인 간 접속이 이뤄지고 수십억의 사람들이 국경과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어 동시에 경쟁하게 되는 무한경쟁의 시대가 열리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해외 에이전시를 통해 그곳 스튜디오에 촬영을 의뢰하고 원하는 이미지를 인터넷으로 컴펌하고 후반작업을 거친 완벽한 이미지를 웹 하드로 내려받아 쿽 작업(쿽 익스프레스라는 편집용 프로그램을 사용해 이미지 위에 카피와 디자인적 요소들을 넣어 광고를 완성하는 작업)만 하여 출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만큼 경쟁 상대가 많아졌다는 얘기이고 긴장도 됩니다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이기도 한 것입니다.


“쇼를 하라 쇼” 광고와 함께 점점 더 평평해져가는 지구촌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를 되돌아보아야 할 것 입니다.


“쇼를 하라 쇼”


< 광고주/케이티프리텔 대행사/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디렉터/이은장
아트디렉터/조정호 컴퓨터 아트워크/임만섭(bom) >

< lighting/ speedotron 4804 2403cx,
broncolor Grafit A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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