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빅팟

하나은행 빅팟(BIC POT)의 촬영이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현대 조형 미술계의 거장인 장 피에르 레이노(Jean Pierre Raynaut)의 작품인 커다란 화분이 “하나은행 빅팟”상품의 광고모델(?)로 등장한 것 입니다. 국내에도 몇몇 미술관에서 그의 초대형 화분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만 실제 광고에서 현대 조형미술작품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경기도의 어떤 미술관으로 로케이션을 가야한다는 연락을 받고 자세한 현지 상황을 알아본 결과 화분의 높이가 2m가 넘고 자동차와 같은 광택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는
야외 로케이션 촬영은 힘들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광고주가 원하는 사진은 ”거대한 부피감이 느껴지면서 강한 하이라이트(밝은 부분)가 있고 자연스럽게 중간 톤들을 거처 묵직한 쉐도우(어두운 부분)가 있어야하고 광택의 느낌을 살려야하는 것”으로 그런 촬영을 위해서는 대형 돔(dome) 스튜디오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작품을 돔(dome) 스튜디오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했고 대충 야외에서 촬영한 후 컴(컴퓨터)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나올 무렵, 국내 어느 갤러리에 “작은 빅팟(?)”을 가진 소장자가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어렵게 섭외한 “작은 빅팟”이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스튜디오로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은 강렬한 빨강색과 초록색 두 가지,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강한 펄 느낌의 고광택 도료로 마감이 되어 있었고 
1억이 넘는 다는 고가의 작품에 행여 흠집이라도 날세라 흰 장갑을 끼고 조심조심 세팅에 들어갔습니다. 빛이 투과하는 유백색 아크릴판을 휘어 돔 형태로 배경을 만들고 그 속에 작품이 들어가도록 세팅을 합니다. 지면광고의 최종 레이아웃을 고려하여 오른쪽위에 하이라이트를 만들도록 허니컴을 장착한 스트로보 헤드를 메인라이트로 설치하고 왼쪽에 쉐도우가 생기도록 조명의 각도를 조절해 줍니다.


쉐도우 영역이 너무 많으면 원통의 돌아가는 계조의 표현이 어렵고 쉐도우 영역이 작아질수록 거대한 부피감이 줄면서 미니어처란 느낌이 들기 때문에 메인 라이트의 위치와 각도를 잡는데 매우 신중해야 했습니다.

 


하이라이트와 쉐도우 사이의 중간 톤들을 풍부하고 자연스럽게 만들고 쉐도우 영역에도 세부 디테일이 표현되어야 하기 때문에 필라이트를 설치해 주어야 합니다.
붐 스탠드를 이용해 소프트박스를 작품의 정면 위쪽에 설치하여 필라이트로 세트 전체를 커버하도록 해 주고 작품의 아래쪽에도 화이트보드를 반사판역할을 하도록 설치합니다. 아래에 설치된 화이트보드는 주로 흰색 우드락 재질로 된 것을 사용하는데 설치 시 위아래 거리에 변화를 주면서 자연스러운 계조가 이어지도록 세심한 조절이 필요합니다.

 


메인 라이트를 확산 판(디퓨져/빛을 부드럽게 만듦)없이 다이렉트로 비출 경우 작품의 펄 느낌은 강하게 살지만 계조의 변화가 너무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확산 판을 사용할 경우는
너무 힘이 없는 맹한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따라서 확산판을 사용하되 조명의 “센터 존”(조명의 중심부로 가장 밝은 영역) 위주로 사용하고 조명의 “코너 존”(조명 중심부 외의 주변부위)은 다이렉트로 작품을 비추도록 하여 펄의 느낌도 살리고 자연스러운 톤의 변화도 꾀하도록 합니다.

 


(촬영된 A컷들 입니다)

“작은 빅팟”으로 거대한 느낌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조명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카메라 앵글(카메라의 높낮이). 어느 높이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거대한 느낌도, 맞추어 놓은 조명의 효과도 변하게 되므로 최적의 앵글을 찾은 후, 위아래로의 바래이션 촬영과 그에 따른 조명의 수정을 반드시 해 주어야 합니다. 요즘은 굳이 갤러리에 가지 않더라도 공공시설물이나 큰 건물 내부에서 예술가들의 작품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림이나 조각, 설치에서 사진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여러 공간들을 채우고 있는데 기업들은 미술품에 투자를 하고 있고 삶의 여유가 있는 개인들도 미술품을 사들이며 그 가치를 높이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떤 은행에서는 국내 미술품에 투자하는 소위 “아트펀드”를 만들어 프라이빗 뱅킹(PB) 고객들을 상대로 판매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고 합니다. 사진에 대한 관심과 인식도 변하면서 그 소장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입니다.

 


지금 저의 앞에 놓여져 있는 높이 20cm남짓한 화분모양의 플라스틱 덩어리는
프랑스 거장의 작품이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고 광고에 등장하여 화제가 됩니다. 사촌이 땅을사면 배가아픈식의 우리현실을 볼 때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서로 세워 주고 칭찬하는 풍토가 마련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열심히 활동하는 우리 작가들이 거장이 되고 그들의 작품이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어 광고의 주인공이 되는..

<그런 날>을 기대해 봅니다.^^

 

< 광고주/하나은행 대행사/웰컴 크리에이티브디렉터/이성훈
어카운트플래너/이상진 아트디렉터/이효룡
카피라이터/박승헌 >

< lighting/ speedotron 4804 2403cx,
broncolor Grafit A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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