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삼성 테스코가 운영하는 대형점인 홈플러스의 이미지 작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홈플러스와 가까운 지하철 역사 안의 기둥과 벽면을 대형 사진들로 꾸미고 마치 매장 안에 들어온 듯 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으로 그에 필요한 사진들을 촬영하는 일이었습니다.

(촬영용 시안과 자료사진입니다.)

수많은 상품들 가운데 광고주가 원하는 품목들과 촬영이 용이한 품목을 감안하여 십여 개의 카테고리로 좁혀갔고 협의를 거처 야채와 과일, 식음료, 수산물과 축산물, 의류와 홈패션 등 최종 8개의 카테고리를 결정 할 수 있었습니다. 촬영은 홈플러스 매장으로 직접 가야하는 로케이션 촬영으로, 촬영장소는 비교적 인적이 뜸하다는 영등포 문래 점으로, 촬영시간은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한다는 방침아래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10시간을 허락 받았습니다.


10시간 안에 8컷을 소화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정입니다.
촬영이 용이한 어느 한 장소에 두개의 세트를 만들어 놓고 각 층에서 물건들을 카트로 실어와 세팅을 한다는 기본계획을 세웠지만 실제로 각 카테고리별로 특색 있는 진열대들을 같이 옮겨올 수 없다는 문제 때문에
모든 장비들을 들고 각 코너를 찾아 옮겨 다니는 것으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모든 촬영이 그렇겠지만 특히나 로케이션 촬영을 앞두고는 아무리 빡빡한 일정 속에라도 최소한 촬영 이틀 전에는 촬영장소를 방문하여 현장을 체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현장 점검에서 나온 정보들을 스텝들과 공유하고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대비하고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시간을 갖기 위해서 입니다. 비교적 한적하고 진열대나 디스플레이 환경이 좋은 위치들을 찾아 놓고 카메라를 이용해 그곳 조명의 종류와 대략의 색온도와 밝기 등을 체크하고 어느 위치에서 어떤 카테고리들을 촬영하는 것이 유리한지를 생각해 둡니다.




(매장 내에서 이동이 편도록 쇼핑카트에 G5 메킨토시 컴퓨터와 에이조 CG19모니터를 장착한 모습입니다.)

촬영당일, 밤샘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한 일정을 삼가고 오후에 잠을 자 두었습니다. 밤 9시에 현장에 집결하여 현장을 둘러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실제 상황에서의 변수들을 체크합니다. 스튜디오에서 저와 어시스턴트 둘, 제일기획과 프로덕션에서 여섯 분, 스타일리스트 여섯 분, 광고주와 홈플러스 측에서 서너 분까지 모두 20여명이 2~3조로 나누어 한 코너를 세팅하는 동안 다른 코너에서 다음 촬영을 준비하고 온 매장을 누비며 필요한 물건들을 싣고 나르며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촬영의 컨셉트는 매장에 놓여진 느낌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살리는 것.


기존에 진열된 상태(주로 같은 제품들이 여러 개 진열됨)로는 촬영이 불가했고 깨끗이 치운 상태로 자연스럽게 재구성을 해야 했습니다. 조명은 스트로보로 재구성된 다른 느낌이 아니라 현장의 조명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 매장의 조명과 쇼케이스의 조명을 메인 조명으로 활용하고 가져간 조명들을 보조로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스텝들의 동의를 구해 놓았습니다.

 

어두운 부분에는 데도라이트를 사용하여 약간만 밝혀주는데 이때 라이트 앞에 젤라틴 필터를 걸어 색온도(주로 형광등 느낌으로)를 맞추어줍니다. 지나치게 밝거나 반사가 심하게 생기는 부분에는 그 광원(쇼케이스 안의 형광등..)을 찾아 트레펄지로 몇 겹 싸서 노출을 떨어뜨려 전체적인 콘트라스트를 조절해 줍니다. 백라이트가 없어 투명감이 덜한 병 제품 뒤에는 색온도에 따라 미니 형광램프나 백열전구를 설치해 주고 다른 곳에 비해 지나치게 인위적인 느낌이 들지 않도록 램프의 위치와 밝기를 조절해 주었습니다.


혹시라도 도움이 안 되거나 방해가 되는 조명은 가리거나 아예 램프를 빼 둡니다. 형광등 가까이에 있어 반사가 심한 상품(렙에 쌓이거나 비닐봉지에 들어있는..)들은 반사가 덜한 제품과 위치를 바꾸어 주고 역시 조명 가까이 밝은 곳에는 흰 우유 등의 밝은 제품을 두지 않도록 합니다. 상품의 종류에 따라 매장의 조명도 바뀌므로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여 카메라를 세팅하면 제일먼저 화이트 밸런스를 체크하고 현장의 조명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완성된 이미지들 중 6개 입니다.)

정신없이 바쁘고 힘든 가운데 밤을 하얗게 새우고 아침 9시가 되었는데 홈플러스 직원 분들이 출근을 하시더군요. 왜 그리도 시간이 빨리 가던지…정해진 시간 안에 반드시 일을 끝 마쳐야 하는 경우 전체적인 시간 배분이 중요합니다. 몇 장의 완성도를 높이느라 다른 나머지 사진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결국 일의 실패를 의미하는데, 조금 더 완성도를 높일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전체 진행상황과 남은 시간을 고려하여 “최선의 수준”에서 마음을 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일에 있어서, 특히 광고에서는 단발의 홈런을 치고 지는 것 보다는 반드시 꾸준한 안타로 이기는 쪽을 선택해야하는데 상당히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자신의 능력”과 “결과물의 퀄리티”를 조절할 수 있을 때..당신은 진정한 프로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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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좋아하는 사진, 인기 있고 멋진 소재만을 선택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아쉽게도 광고사진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제한된 시간과 환경 안에서 힘들게 얻어낸 사진들이고 광고주를 만족시켰기에 저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소중한 배움의 기회였고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 글을 올립니다만.. 이곳 많은 분들이 함께 공감하지 못하는 조금은 동떨어진 내용이 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드는군요.

추워지는 날씨에 모두들 건강하셔요…*^______^*

<광고주/삼성 테스코 대행사/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랙터/이유신 아트 디랙터/이채훈 아트 디자이너/이유호 이상훈 AE/장종철 이충옥 양혜성 카피라이터/황정호 이수아 코듸네이터/강영아 컴퓨터아트워크/BOM(채동훈 임만섭) >

< camera/fujiGX680 lens/fujinon 135mm,
phaseone p45+digitalback, c1pr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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