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킨 도너츠 “그린티 쿨라타~”

처음에 던킨 도너츠의 촬영이 있다고 해서 살짝 마음에 기대가 되었습니다. 혹시나 저와 아내가 좋아하는 던킨 도너츠를 공짜로 많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벼운 생각이 살짝 들었기 때문입니다만 저의 그런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가 버렸습니다. 그날의 촬영, 오늘의 이야기는 녹차로 만든 음료수 “던킨 그린티 쿨라타” 였습니다.


촬영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이 되는데 그 첫 번째는 녹차 잎으로 눈 결정 형태를 만들어 정면 탑에서 촬영하는 것 이었고, 두 번째는 눈서리를 맞은 녹차 잎을 실감나게 연출하고 그 시즐감을 살려 촬영하는 것 이었습니다.
코듸네이터 에게 의뢰를 해보니 요즘은 싱싱한 녹차 잎을 주변에서 구하기가 힘들다 하였고 수소문 끝에 전남 보성의 녹차 잎 재배 농원에 의뢰하여 작은 녹차 화분 한 개와 잎사귀가 달린 가지 십여 개를 냉장 포장하여 택배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녹차 잎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계셨습니까? 대체로 녹차 하면 티백 형태로 주변에 흔하게 널려있어서인지 그 잎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관심 밖이었고 그저 막연하게 깻 잎처럼 얇고 싱그러운 연한 녹색을 떠올리곤 했었습니다만 결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사철나무 잎사귀처럼 두껍고 칙칙한 녹색을 띄고 있는 결코 예쁘거나 포토제닉(사진 적인 재미나 맛이 있는)하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안은 흰 종이 배경 위에 녹차 잎을 배치하고 소프트박스를 탑 위치에 설치하고 순 광의 노말 한 조명을 주며 주로 눈 결정체로 합성하기 위한 소스로 쓰여 질 컷들을 다양하게 촬영을 하였습니다. 충분한 녹차 잎과 가지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가져온 모든 가지들을 위 아래로 접붙이거나 뒤집거나 하며 다양한 조합의 가지형태를 만들어 나갔고 줄기와 잎을 각각 촬영하며 컴퓨터 합성을 위한 부품(?)을 만들어 나아갔습니다.

 

두 번째 안은 빛을 투과하는 우유 빛 아크릴 판 위에서 시작했습니다. 일단 모든 녹차 잎에 눈서리 맞은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Frost effect(condor foto)스프레이를 사용하였습니다.



너무 많이 뿌리면 뭉쳐져서 지저분하게 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되도록 녹차 잎의 주변부위에 눈서리 효과가 나도록 뿌려 주었습니다. 스프레이가 뿌려진 녹차 잎 들을 사방 30~40cm 정도 되도록 펼쳐놓고 비교적 흠 없고 잘 생긴(?) 잎들을 골라 중앙에 배치했습니다.

 

녹차 잎이 상당히 두껍고 칙칙한 녹색이었기 때문에 위에서 비추는 순 광의 조명만으로는 싱그러운 연녹색의 분위기를 연출하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지만 아크릴 바닥 밑에서 강한 빛을 비추어 녹차 잎의 투명도를 높이고자 하였습니다. 테이블 위에 소프트박스를 탑 위치에 주광으로 설치하고 그 뒤 역광의 위치에 허니컴 스포트를 설치하여 녹차 잎 표면에 뭍은 눈서리가 역광의 싱그러운 햇살과 같은 생기가 돌도록 해 주었습니다.

 


촬영 시 조리개 수치는 f32였지만 실제로 잎의 투명 감을 주기 위해 아크릴 아래서 올라오는 빛의 밝기에 대한 조리개 값은 f128로, 촬영 노출보다 3stop이나 강한 빛을 주어야 할 만큼 녹차 잎은 불투명했습니다. 녹차 잎이 두 겹 이상 겹쳐지면 칙칙하게 보였고 녹차 잎 사이 빈 아크릴 공간은 너무 밝은 빛이 새어나왔기 때문에 전체 레이아웃과 이런 저런 사항들을 고려하며 잎들을 배치해야 합니다.
소프트박스 뒤에 설치된 허니컴 스포트의 역광이 카메라 렌즈에 직접 닿지 않도록 깊은 벨로우즈 후드를 사용하고 허니컴 스포트 쪽에는 라이트 커터(검정 폼 보드)로 완벽하게 차단해 주어야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요즘 사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그 인식의 변화와 함께 사진 인구도 많이 늘고 있으며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여 집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제 주변에 스튜디오 하시는 분들 얼굴 표정이 요즘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들이 있겠습니다만 광고 시장에서 인쇄광고의 물량이 현저히 줄었고 그에 따른 매출의 감소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신문들의 무가지 경쟁과 인터넷매체들의 급속한 성장을 원인으로 꼽기도 합니다만 IT강국인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이다 보니 일시적인 현상일지 어떨지는 좀 더 두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스튜디오를 시작한지도 꽤나 시간이 흘렀고 주위 분들의 소개로 많은 일들을 해 왔습니다만 요즘 들어서는 일을 하기 전에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공정하게 사진실력으로만 평가하고 일을 맡기겠다는 추세이다 보니 당연한 현상이라 생각 되면서도 왠지 살벌하다는 느낌마저 들곤 합니다. 늘 하는 생각입니다만 언제나 저는 ‘0(바닥)’에서부터 시작할 각오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과거의 성공이나 업적을 품고 관계나 일을 펼치다보면 쓸데없는 자존심에 휘둘리게 되고 오히려 적잖이 걸림돌이 되곤 했습니다. 과거에 연연해하지 않고 나이든 경력이든 모든 것이 남들과 동등한 레벨이라 생각하고 정직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언제나 깨끗이 정면 돌파 하는 방법만이, 이 치열한 경쟁의 시대를 이겨낼 가장 좋은 생존 전략이라 믿고 있습니다..

 

광고주/dunkin’donuts 대행사/(주)제일기획
아트바이어/이재곤 코듸네이터/이은경 

 

fujiGX680 lens/fujinon 180mm f1:5.6
phaseone p25 digitalback
lighting/speedot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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