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 아쿠아어포드

많은 분야가 그렇겠습니다만, 광고는 늘 시간을 앞서갑니다.
저도 얼음을 촬영하게 되는걸 보고서 더운 날(?)들이 가까이 옴을 느끼게 됩니다.^^

“코리아나 아쿠아 어포드”


북극 얼음(?)이 깔려있고 그 얼음에 파묻혀 있는 차갑고 순수하고 싱싱한(?) 제품…
그 모습을 담아내야 하는 것이 그날 저의 무거운(?) 과제였습니다.. 여러분들은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 하십니까? 과학적 이론을 떠나서 느낌이나 감정의 측면에서 볼 때, 남극은 낮 상황이 어울리고 밝고 강하고 스케일이 크다고 느끼는 반면에 북극하면 왠지 밤 상황이 떠오르고 더 춥고 차가울 것 같고 신비함마저 느끼게 합니다.


물론 이러한 견해들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들이라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다행히 저를 비롯한 모든 스텝들은 이런 북극의 느낌들을 전적으로 공감하며 북극의 느낌들을 살리기 위한 작업(?)을 시작 했습니다..

 


실제 칵테일용 얼음을 구하고 실리콘을 이용, 투명한 유리판에 젖빛 아크릴로
10cm 높이의 수조를 만들었습니다. 얼음이 빨리 녹는 것을 막기 위해 촬영 하루 전날, 보일러의 난방을 중단하고 추운 스튜디오(?)를 만들기 위해 문도 활짝 열어놓았습니다. 모든 촬영에서 스트로보 조명을 사용하며 뜨거운 모델링 라이트도 잠깐 잠깐 사용하고 꺼 두어야 합니다.

 

첫 번째 고민은 “얼음 밑에서 빛을 어떻게 비추는 가”였는데 시시각각 변하는 “각각의 얼음 표면 상태와 맞물려 상당한 변수가 나타났습니다.. 하나의 소프트 박스로 평범하고 밝은 빛을 주었을 때는 밝은 여름 수영장(?) 느낌이 나왔고 그 조명의 밝기를 어둡게 만들면 너무 흐린날 콘트라스트가 낮은 사진처럼 보이고, 각각의 얼음도 칙칙해 보였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개의 조명을 2개로 바꾸고 소프트박스 대신 9인치 리플렉터로 교체를 하고 1겹의 트레이싱지로 빛을 한번 걸러(부드럽게)주었습니다..

 


두 번째 고민은 “얼음 표면 상태를 어떻게 만드는 가”의 문제.
냉동실에서 처음 꺼내온 얼음은 표면에 성애가 끼면서 투명도가 떨어지고 촉촉한 보습의 느낌이 나질 않습니다..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자 마치 녹아 흘러내리는 느낌이 나면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고민 고민하며 시행착오를 겪던 중, 처음 꺼내온 얼음 표면에 성애가 끼인 상태에서 손으로 그 얼음들을 문질러 성애를 닦아내자 투명하고 촉촉한 상태가 잠깐 동안 유지가 되었고 그 타이밍에 셔터를 눌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고민은 “얼음의 배치”였습니다..
그저 우연에 맡기며 얼음을 던져놓았는데 매우 복잡해 보입니다. 어느 정도 줄을 세우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고 제품이 놓인 상태를 감안하면서 대부분 6면체인 얼음의 투명각과 하일라이트가 잘 살 수 있도록 놓여질 방향과 각도를 고려해 가며 4명의 스텝들이 합세하여 부지런히 성애를 닦으면서 얼음 하나하나를 놓아야 했습니다. 얼음이 녹으면 안 된다는 조급한 마음을 안고서 말입니다…ㅎㅎㅎ

 



“A” cut 입니다.

이번 “코리아나 아쿠아 어포드” 촬영은 디지털로 이루어 졌습니다. 흔히들 사람들은 마지막 결과물이 빠르게 나온다는 것을 디지털의 가장 큰 장점으로 말하곤 합니다만, 저는 그것 보다는 촬영의 전 과정을 보다 더 세밀하게 구석구석을 확인하며 진행 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의 완성도를 크게 놓일 수 있다는 것”이 디지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 합니다.. 폴라로이드로 테스트 촬영을 하고 몇 분 후에 결과를 보고 그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판단을 하고 진행 하는 방식이었다면 아마도 결정적인 순간을 잡아내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을 것입니다.

디지털이기에 가능했던 촬영..
바로 이번 같은 촬영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촬영 당일 몇 분의 관계 스텝들이 스튜디오를 방문하셨습니다..
드문 일입니다만, 이번 촬영을 진행하는 광고 대행사의 대표이사님께서 직접 촬영 현장에 나오셨고 저에게 CEO직함이 인쇄된 명함을 건네 주셨습니다. 황송한 마음에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누추한(?) 촬영장 안으로 영접을 했습니다. 현출한 키와 빼어난 케쥬얼 차림에 편한 신발과 모자까지… 첫 눈에 범상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결코 작지 않아 보이는, 아마도 이순(耳順)에 가까워 보이는 나이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은퇴를 생각할만한 시기에 새로운 창업을 하고 촬영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담당자들을 격려하던 그분의 모습들이 잔잔한 감동으로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나이 45세가 되면 현업에서 은퇴를 해야 한다는, 그래서 “사오정”이란 우스갯말이 유행하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참 아름다운 모습, 그래서 꼭 본받아야 할 삶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광고주/ 코리아나 대행사/ (주)Greenwich
디자이너/ 윤성호 이헌상

Fuji GX680 180mm & Sinar P symmar 180mm 
Phaseone p25 digital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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