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수 차 한잔을 끓여 내어올 수 있습니다…”

 

해찬들 고추장 광고를 촬영 할 때의 이야기 입니다… 그레픽 디자이너 한분과 컴퓨터 그래픽 전문가 한분, 그리고 음식 코디네이터 두분, 저까지 다섯명이 함께 작업을 했습니다… 디자이너 : 죄송해요..제가 너무 어려운 아이디어를 냈나봐요.. 각종 쌈 재료들로 멋진 용을 만들어야 하는데..잘 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고민을 했는데요..미술을 전공하셔서 그림을 잘그리시는 장실장님(컴퓨터 그래픽 전문가)께서 바닥에 밑그림을 그려주시고 그 위에 저희가 각종 야채들을 올려놓는걸로 진행을 할려고 합니다.. limphoto : 좋은 생각 입니다…야채의 기본 크기가 있는 만큼 전체 용의 크기가 작지는 않을것 같군요.. 밑그림의 크기를 잘 생각해야 할것 같구요..그렇게 되면..여의주(쌈장)나 불꽃(고추장)은 크기 비례상 따로 촬영해야 할것 같습니다… 먼저 용의 각 부위의 표현에 적합한 재료들을 어느정도 결정하고 진행을 하는게 좋겠습니다..

장실장님 : 맞습니다..무턱대고 하는것 보다는 각 부위의 표현에 어울리는 야채를 이야기해 보죠..재밌겠는데요..ㅎㅎ 용의 수염은 실파나 부추로 하면 어떨까요?..이빨은 마늘이 좋을것 같내요..색깔도 하야니까… 디자이너 : 몸통은 상추를 비늘 처럼 겹처서 놓아보면 좋을것 같아요..중간 중간에 일정한 간격으로 포인트될만한  다른것들도 좀 넣구요..  우리들은 마치 재미있는 퍼즐 놀이를 하듯 온갖 야채조각들을 맞추며 용을 만들어 갔습니다…  약 2m정도 되는 거대한 용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생전 처음 보는 이상한 용을 보며 신기해 했습니다..

 


디자이너 : 걱정을 많이 했는데..생각보다는 괜챦은데요?..어떠세요?.. 
limphoto : 예..지금상태 만으로도 나쁘지 않습니다..이걸 먼저 촬영해놓구요…  용의 앞발에 지금 사용한 대파를 거꾸로 놓아보면 어떨까요?  제생각엔 앞발은 뿌리가 좋을것 같아요..발톱은 흰 뿌리를 모아서 형태를 만들면 되고..  그리고 웬지 용의 앞발 과 발 윗쪽 다리 부분은 재료를 구분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마치 큰 독수리의 발은 딱딱한 비늘로 덮여있고 윗부분은 깃털로 되어있는것 처럼요.  디자이너 : 아 그렇군요..좋을것 같네요….눈에는 방울토마토를 넣어 보죠..

 


limphoto : 제 생각입니다만..용에게는 등에 갈퀴같은게 있지 않나요? 삼각형 비슷한 야채 잎을 반복해서 등에
붙여 나가 보면 어떨까요?  장실장님 : 저도 등쪽이 뭔가 허전하다고 느꼈습니다만..그렇게 해보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limphoto : 몸통의 재료도 조금 바꾸어 보죠..양상치 같은것도 좋고..중간 중간에 방울 토마토나 피망 같은것을 썰어서  무늬를 바꾸어도 보고…  디자이너 : 저야 다양하게 해주신다면 좋죠..실장님들께서 그렇게 해 주신다니 고맙네요..^^

 


그날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조금씩 틀린 6 마리의 용을 촬영할수 있었답니다…^__^


모든 직장이나 회사에는 정년(停年)이란게 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하셨으니 이젠 편히 쉬쉽시요” 라는 의미일수도 있지만.. “당신은 이제 필요 없으니 나가주십시요” 라는 의미가 더 와 닿는게 요즘 현실 입니다…^_^ 자영업 하시는 분들은 예외일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평생 계속하며 경제력을 유지한다는것”..결코 쉬운일이 아닌것 같습니다…  사진에는 정년이 언제인것 같습니까? 오십..육십?…  아쉽게도 현제 우리나라에서 제가 느끼는 바로는 그리 길지가 않습니다…  20중반~30대후반 사이에 전성기를 누린 후, 점점 하향 곡선을 그리다가  50대 이전에 전업 하시거나 그만 두시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외국에서는 각 분야의 거장들이 존재하며 나이가 들고 연륜이 쌓일수록 대접을 받고 존경을 받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이든, 포토그라퍼 이든,스타일리스트 이든..나이에 상관 없이 일을 합니다만.. 우리나라는 왜 유독히 나이가 들수록 그 연륜을 인정받지 못하고 빨리 은퇴를 해야 하는것인가요…

 

제 가 이런 말씀 드리면 그 이유로 “우리 한국 사회의 문화의 깊이가 짧다” 라든지 ” 문화의 다양성 부족(누가 무엇이 좋다더라 하면 너도나도 그것에 몰리며 개성도 없이 유행을 타고 흘러가는 성향 )등을 말씀들 하시는데.. 저는 그 이유를.. 나이가 들수록 강해지는 <편견 이나 고정관념의 틀>… 그리고 <오만함과 게으름>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30 중반이 넘어가면 벌써 “타성에 젔었네…” “감각이 떯어지네..” “고집이 쎄다네…” 등등의  말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일을 하기가 힘들어 진다는 대행사 분들의 푸념을 들어 보았 습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또한 지위가 높아질수록..  실무에서 너무 일찍 손을 떼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참 안타까운 일 아닙니까?..  평생을 배운다고 하는데..5년 10년 되었다고 벌써 선생님 소리를 듣고 제자들을 키웁니다…

 

<내가 이 “나이”에 이런일 까지 해야 되는가? > 싶은 생각이 드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그 일을 할수 있는 용기… <내가 “실장” 인데..체면이 있지..어떻게 내가 해…> 싶은 생각이 드는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그 일을 할수 있용기… 제가 늘 자신과 싸우며 갈등하고 실천하기위해 몸부림치는 용기 입니다.. 스스로 에게 질문을 하곤 합니다… 광고주나 여러 스텝들 앞에서도 비록 스튜디오 오너의 입장 이지만, 촬영세트를 정리하고 .. 무거운 소품을 나르며, 주차장의 차를 빼 주고…이런 일들을 거리낌없이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힘든 일…귀찬은 일 들을 남에게 넘겨주게 되면서 부터…… 자존심 과 체면을 생각하며 가리는 행동들이 많아지면서 부터 …… 우리의 정년(停年)은 그만큼 우리곁에 가까이 다가올 것입니다…^_^  오늘도 저는 찾아 오신 손님들 에게 손수 차 한잔을 끓여 내어 옵니다..  <따뜻한 마음>과 <작은 용기>가.. 저를 저의 정년(停年)으로 부터 자유롭게 할수 있기에…….^_^

 

광고주/해찬들  광고 대행사/제일기획
디자이너/오수진  CG /장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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