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 그 끝없는 마음의 전쟁터…”

 


벌써 몇년전 이야기가 되어버렸 습니다만….. 제일기획이 영풍문고 건물에 있을때 일입니다. 한참 “생수”시장이 생겨나며 광고 경쟁이 치열해지던 시절에 풀무원 샘물 광고를 촬영하게 되었 습니다.. 프랑스의 “에비앙”을 타켓으로 “대한민국 생수의 자존심을 지켜 내자”라는 거창한 명분속에 일이 진행 되었고 예상 했던대로 힘든 촬영이 시작 되었 습니다… 이런 일 일수록, 담당 디자이너나 그 윗분들과 광고주…그리고 포토그래퍼..너나할것 없이 커다란 마음의 부담을 갖게 되고 많은 관심을 보이게 됩니다.. 처음 전화를 받고 회의를 하러 광고 대행사에 들어가는날로 부터 마지막 편이 출고될때 까지 꼬박 한달이 걸리더군요.. 시안을 받아들고 스튜디오로 돌아와 테스트 촬영을 한후 다음날 폴라로이드 몇장을 들고 대행사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나온 의견들을 수렴하여 슬라이드를 촬영한후 그날 저녁으로 다시 대행사에 들어가 필름을 보여 드리고 의견을 듣습니다..


디자이너 : 물방울들은 어떻게 만드셨습니까??  limphoto : 냉장고 속에 얼려둔 생수를 꺼내서 실온에 두면 촬영하는 동안 실감나는 물방울들이 자연스럽게  생겨 납니다.. 그 위에 물과 글리세린을 2:1로섞은 것을 주사기에 넣고 주사바늘로 하나하나 정리해 가며 어색하거나 허전하거나 복잡한 부분들을 수정(?)해 나가는 방법을 사용 했습니다.. 디자이너 : 그렇군요…좋습니다..그런데 물방울의 투명감을 좀더 살렸으면 좋겠습니다… limphoto : 뒤에서 라이트를 좀더 세게 주면 그렇게 될수 있지만 전체 분위기가 밝아집니다..  촉촉하고 습한 숲속의 느낌을 살리려다 보니 너무 밝아지는게 도움이 안되더군요.. 그렇지만 어떻게 한번 해 보겠습니다 … 디자이너 : 배경 효과는 어떻게 만드셨습니까?? 푸른색은 요??…. limphoto : 유백색 아크릴 판 뒤에 트레이싱지를 대고 그 트레이싱지에 조명용 젤라틴 필터를 조각조각 붙여가며 형태를 잡아갑니다…에머랄드와 그린색을 섞어가며 색상을 조절 했고.. 트래이싱지와 아크릴판 과의 거리로 배경 푸른 얼룩의 디테일을 조절했습니다… 또렸하게 혹은 뭉게지도록… 디자이너 : 배경의 푸른색이 조금 탁하군요..방법이 없을까요? limphoto : 앞의 제품에 비추는 소프트 박스의 빛이 배경에 영향을 줘서 그렇습니다.. 디자이너 : 배경과 제품사이의 거리를 더 멀리하면 되지 않을까요? limphoto : 저도 그점때문에 그렇게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만..(폴라로이드를 보여드리며..) 이것처럼 배경의 거리가 멀어저 심도가 얕아지고 배경의 형태가 흐려지더군요.. 그래서 최대한 두가지(배경심도& 푸른색의 선명도)를 살린것이 이정도 입니다..

디자이너 : 말씀을 듣고보니 이해가 가는군요… 오늘 사진을 가지고 윗분들과 상의해보고 바로 연락을 드리겠 습니다..감사합니다… 스튜디오로 돌아온 후 문제점들을 해결해 보려고 몇장의 폴라로이드를 본후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다음날 .. 회의를 마친 디자이너 분에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디자이너 : 투명도와 배경은 최대한 살려 주십시요.. 그리고 저는 시안에서의 앵글(카메라 높낮이)이 마음에 듭니다만..윗분들은 조금 높아야한다고 말씀 하시더군요…죄송합니다..이랬다 저랬다 해서.. 제가 오후에 한번 스튜디오로 나가 보겠 습니다… limphoto : 아닙니다 !! ..제가 수정해서 다시 들어가 뵙겠 습니다… 디자이너 : 아닙니다..매번 들어 오시는데.. 이번엔 제가 찾아 뵙겠 습니다…

<중간 생략 ………………………………………>


이런식의 만남은 계속 되었고..의견 수렴과 재촬영..수정과 또 재촬영… 드디어 마지막 “쟁반위에 담긴 샘물”의 완성된 슬라이드를 가지고 국장님을 뵈러 들어갔습니다.. 국장님 : 수고 하셨습니다..사진이 훌륭합니다…광고주 분들도 매우 흡족해하고 있습니다… 앞에 1차, 2차 신문광고는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그리고 지금 세번째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드는군요.. 그런데..자꾸 욕심이 생기는군요…이건 제 개인적인 부탁입니다만.. 쟁반 손잡이 끝에 임실장님 잘하시는 “라이트페인팅”으로 뽀사시한(?) 하일라이트 하나만 만들어 주시면 어떨까요??….. 저는 군말(?) 없이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와서 재촬영을 하고 필름배달(?)을 했습니다….^_^

<< ” 그건 안됩니다!! ” “왜 말을 자꾸 바꾸십니까??” “제가 바빠서 못나가니 스튜디오로 오시죠..” “벌써 몇번째 입니까?? 더이상은 안됩니다…” ” 너무 하시는군요..저를 너무 우습게 보시는거 아닙니까??.. ” >> 저의 마음 속에서는 또 다른 자아(?)가 있어 <<  ….  >> 와같은 생각들을 끝없이 떠올리게 하곤 합니다… 한마디로 ” 자신과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제 마음의 전쟁터” 라고 표현하고 싶군요.. 자존심은 스스로 새우려고 할때 문제가 생깁니다 .. 인내하고 설득 시키고…적어도 상대방이 존중해 줄 때까지는 자기의 자존심을 접어둘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고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로서의 자존심”이라 말할수 있겠지요…..^_^  얼마후 모 신문사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 임병호 스튜디오시죠?….<중략>….이번 31회 중앙일보 광고 대상에서 “풀무원 샘물”로 사진상을 받게 되셨습니다…

[신문부문 개인 사진상] 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광고주/풀무원 대행사/제일기획
디자이너/ 송성각 권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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