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몇 년째 구형 mp3 폰을 사용합니다…. 핸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참 좋았고 지금도 저장된 mp3음악을 가끔씩 듣습니다… 보시는 분들마다 “왠만하면 핸드폰좀 바꾸시죠? ” 라는 소릴 종종 듣는 상황 입니다… 왠만한 전화번호는 모두 핸드폰에 저장하고 다니는데…얼마 전 새로운 번호를 저장 하려고 하는데 200개의 전화번호가 모두 찾다고…기억 용량이 full 이라고 거부를 하더군요….^^ 하나 바꾸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왜 아직 못 바꾸고 있는지…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그런 상황에서 최신형 핸드폰 광고라도 촬영하게 되면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듭니다… 에니콜 M400과의 만남… PDA란 느낌 보다는 핸드폰이 여기까지 왔구나…싶은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여기서 이 기계의 성능이 어떻고 에 대해 더 말씀드리기는 좀 그런 것 같구요… 촬영하면서 “이거 하나 갖고 싶다”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더랬 습니다.. ㅎㅎ 신체의 부위를 많이 촬영 합니다만…. 그 중 에서도 손을 촬영할 때가 가장 힘이 들고 어렵습니다.. 균형 잡힌 손을 구하는 것이 그렇고…손의 다양한 표정(?)을 잡아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손으로 제품을 잡는 방법이 얼마나 많이 있겠습니까?
엄지손가락으로 제품을 가려도 되는건지…다른 손가락들은 어떤 위치를 잡고 있어야 하는지… 한참을 손만 보다 보면…그게 그 손 같고..미세한 각각의 사진들의 차이점을 놓쳐 버리고 변별력을 잃게 되기가 아주 쉽습니다.. 손과 제품의 경계 부분에서 생겨날 미세한 그림자와 공간감들을 충실히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손과 제품은 같이 촬영하기로 의견이 모아졌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큰 손이 필요 했지요… 손이 작으면 제품이 커 보일 것이고 광고에는 도움이 안되죠… 제품은 작고 가볍게 보여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PDA 수준의 결코 작지 않은 제품을 가볍게 잡을 수 있는 균형 잡힌 큰 손이어야 하는 것 이죠…^^ “세상을 한손에 쥐고 싶은 나이…”라는 카피에 어울리는 자신감 넘치는 젊은 남자의 손을 담아내야 하는데… 이것을 위해서 강한 역광의 라이트가 손끝을 타고 넘어오도록 했고… 강한 그림자 역시 촬영 컨셉에 도움이 되는 요소라고 생각 했습니다…
조금은 추상적인 감정의 표현입니다만… 역광의 강한 하이라이트는 미래 지향적인 밝은 내일의 느낌을 줄 수 있으며.. 진한 그림자는 강인함과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촬영을 했습니다.. 때로는 슬픈 손을..때로는 자신감 넘치는 손을… 손을 가지고도…이처럼 다양하고 미묘한 감정(?)의 표현을 해야 하고…안되면 되도록…약하면 강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힘드는 일입니다….. 손 아니라 어떤 사물로도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재미는 있지만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많은 제품들을 정면에서 촬영해야 했는데…제품의 라인을 명확하게 살려주며 콘트라스트 있게 촬영을 했습니다.. 후반 컴퓨터 합성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들의 핸드폰 속 배치가 참 재미있습니다.. 카메라 폰 랜즈 위치에는 켐코더가…액정 모니터 위치에는 대형 PDP가… 조작 버튼 위치에 노트북 키보드를…ㅎㅎ 모든 제품의 배치에서 디자이너의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며 아이디어를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느낌들은 수많은 요인에 의해서 좌우될 수 있습니다. 특히 조명에 의해서..칼라에 의해서..카메라 앵글에 의해서..소재와 소재의 관계에 의해서… 그때그때의 사진마다 느껴지는 작은 감정들을 존중하고…작은 차이라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함께 나누고 공유해 감으로서 결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것 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이나 감정을 “시각적으로 객관화” 하여 보여줄 수 있는 능력.. 그런 능력이 바로 사진가에게 필요한 능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꿈보다 해몽 이라고…별로 신통치 않은 손 하나 찍어 놓고 비약이 너무 심하다고 말씀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네요..^^ 하지만 제 이야기의 대부분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 것들이 과연 글의 소재거리가 될 수 있을까?…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데 너무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거나…저의 주장만을 강요하게 되지는 않을까? 글을 쓸 때면 이런 생각들이 늘 저를 망설이게 하곤 합니다… 항상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쓸데없는(?) 고민을 한다는 말을 듣는 편이고.. 남자가 뭘 그런 걸 가지고 고민을 다 하느냐… 싶기도 하구요. 비록 쓸데없다 할지라도 그런 감정을 느끼고 고민해 본 사람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알게 되고 그 만큼의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해의 폭도 감성의 깊이도…마치 아이들처럼 지극히 추상적이고 주관적이고 엉뚱한 생각이라 할지라도…혹은 그런 느낌이나 감정이라도.. 소중히 가꾸고 잘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긴장감이 느껴지는 촬영현장에서.. 뛰어난 감성을 가진 끼 넘치는 여러 스텝들과 복잡 미묘한 다양한 감정들을 함께 느끼고 공유할 수 없거나 뒤쳐지게 된다면… 그 것은 곧 바로 그 사진가의 무능력 하다는 평가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 입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차갑고 정확한 디지털…그리고 완벽한 사진적인 테크닉 속에 빈틈없이 움직이면서도… 때로는 한 없이 따뜻한 가슴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며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모습이 우리 사진가들의 바람직한 모습들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광고주/삼성전자 대행사/제일기획
디자이너/한성욱
CG/상아컴
camera/contax 645, 140mm lens
kodak dcs pro-back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