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디자인으로 숨기다”

“디자인으로 숨기다”


이전 스카이처럼 간결한 카피와 이미지가 포스터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스카이 IM-U150L 핸드폰은 매우 간결하고 심플하게 디자인되어있지만 그 속에는 뛰어난 기능들이 숨어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바늘 없는 명품시계를 등장시켰습니다. 바늘이 없는 아날로그 손목시계가 불빛으로 시간을 가리키며 시계로서 제구실을 하듯 간결한 디자인이지만 그 속에 엄청난 기능들을 감추고 있다는 스카이 핸드폰을 이야기하는 포스터입니다.


간단하고 심플해 보이는 이미지일수록 부담감이 커집니다.
남들도 어렵지 않게 그만큼은 찍어냄직한 뻔한 이미지와 주워진 상황들을 가지고 훨씬 더 잘 찍어 뭔가 보여줘야 하고 “역시나” 하는 평가를 받아내야 한다는.. 뭐 그런 마음이 들면서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컨셉에 어울리는 시계를 구하여 광고주의 컴펌을 받는 일 부터가 넘어야할 산. 스타일리스트 분들의 노력으로 여러 시계들이 구해졌고 하나씩 테스트촬영을 거처 최종 모델을 선정하는데 며칠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번 촬영은 시계의 각 부분을 따로 따로 촬영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사진을 한 컷에 찍을 수도 있습니다만 결과물의 퀄리티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부분 부분을 각각 따로 촬영하여 합성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엘린크롬 마이크로라이트 키트”에 포함된 스텐드에 시계를 고정시킨 모습입니다.)

먼저 자유자제로 각도조절이 가능한 지지대에 시계를 고정시고 바닥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카메라 렌즈 면과 시계 유리면이 평행하도록 조절하여 단단히 고정시킵니다. 지지대에 시계를 부착할 때 비교적 가벼운 시계나 핸드폰 정도는 약간(약 1mm 두께)의 쿠션이 있는 양 면 테이프를 사용하면 손쉽게 붙일 수 있고 땔 때도 자국이 남지 않아 효과적입니다. 시계를 바닥에서 띄워 설치해야하는 이유는 바닥 쪽에서 올라오는 빛을 의도대로 컨트롤 할 수 있도록 조명을 위한 반사판이나 빛을 차단할 라이트커터를 설치할 공간을 확보하기위해서 입니다. 유백색 아크릴 판을 둥글게 휘어 시계 주위를 감싸주고 3개의 허니컴 스포트로 아크릴판을 비추도록 세팅을 합니다.


카메라 파인더를 보면서 허니컴 스포트와 아크릴판 사이의 거리와 각도에 변화를 주면서 시계 금속 부분에 원하는 형태의 하이라이트 면이 생기도록 조절합니다.
이 때 허니컴 스포트와 아크릴판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강한 하이라이트와 급격한 톤의 변화가 생기고 멀어질수록 부드러운 톤의 넓은 하이라이트 면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핸드폰과 아크릴판 사이의 거리로도 톤을 조절할 수 있으며 조명의 각이 직각으로 비추느냐 아니면 약간 빗겨서 코너 존(조명의 주변부위)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민감한 톤의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또한 허니컴스포트의 종류(3˚~40˚/그리드의 촘촘한 정도)나 확산 판(아크릴판or트레펄지)의 종류와 질에 따라서도 결과가 틀려지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확산 판을 아크릴판으로 사용할 경우 돔의 안쪽은 쎈딩(고운 사포로 갈아냄)처리가 된 무광아크릴이 좋고 유백색 처리상태가 매우 고르고 고우면서 잡색이 돌지 않는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위와 같은 준비로 세팅이 잘 이루어진 다음 메인 컷을 촬영하고 카메라와 핸드폰을 움직이지 않은 상태로 조명만을 움직이며 메인 컷의 아쉬운 부분을 보완하여 그 부분만을 위한 최적의 조명으로 합성을 위한 부분 컷 들을 촬영하였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진가들에게는 자신이 촬영한 멋진 사진 한 컷이 별다른 리터치 작업을 거치지 않고 광고에 사용되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글을 쓰는 저도 광고에 실린 최종 인쇄물이 촬영된 A컷과 별반 차이가 없기를 바랍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그런 기대는 사라지곤 합니다. 광고에서 사진과 컴퓨터와의 만남은 꽤나 오래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진의 오리지널리티를 회손 한다 하여 거부감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과거 암실작업의 역할을 대체하는 중요한 도구로서 사진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멋진 마법의 툴(tool)로서 자리를 잡게 된 것입니다.

대충 찍은 사진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무분별한 남용은 삼가야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사진을 컴퓨터로 손대는 것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나 무리하게 사진적인 방법만 고수하려는 생각 속에 갇혀있다면 빨리 벋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광고의 주인은 사진가도 디자이너도 아닌 광고주 입니다. 많은 스탭들의 공동의 작업인 광고. 그 속에서 각자의 맡겨진 역할들을 충실하게 감당하면 되는 것입니다. 전체 완성품 조립에 필요한 정밀한 부품(소스용 사진들)을 만들어 납품하는 것이 이번 촬영의 과제였고 그 미션(과제)을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 동네 핸드폰 대리점에 붙어있는 이번 포스터를 애정 어린 눈으로 똑바로 처다 볼 수 있었습니다.


광고주/스카이 대행사/크리헝그리
크리에이티브디렉터/곽기철 그래픽디자이너/노선희
카피라이터/원은선 스타일리스트/신승위 

 camera/fujiGX680 lens/fujinon 180mm
phaseone p25 digitalback, c1pro
lighting/broncolor grafit A4, speedotron 2403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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